약사 면허를 갓 따서 약사로서 이니셜 찍고 약사 스테이션 앞에 섰을 때 정신을 혼미하게 했던 주범은 바로 DUR (Drug Utilization Review) 이었다.
DUR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약국에서 입력된 환자 프로파일에 근거한 DUR이다. 약물앨러지, 임신여부, 연령, 성별, 처방약 조제기록 등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환자의 건강보험회사의 보험급여기록에 근거한 DUR이다. 첫 번째 DUR은 동일 약국체인 내부 기록을 근거로 약물상호작용이나 약물 앨러지, 연령이나 성별 금기 등에 대한 약사의 전문적 판단을 요구한다면 두 번째 DUR은 약물남용 및 오용, 보험급여 처리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스캔되거나 전자입력된 처방전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검수된다. 첫 번째는 환자의 생년월일과 성명이다.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법적 본명 대신 미국식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간혹 의사가 환자의 다른 이름을 처방전에 적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단순한 확인이지만 요즘은 쌍생아가 예전보다 많고 월그린은 미국 50개주의 환자기록을 공유하기 때문에 특히 흔한 이름인 John Smith, Maria Garcia 등은 더욱 주의해야한다. 약이 엉뚱한 환자에게 나가 환자가 모르고 복용하는 사고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약물명, 복용법, 처방량,리필, 처방일수, 보험급여일수이다. 대개 약사들이 가장 신경써서 리뷰하는 부분이 두번째 부분이다. 제형, 용량과 복용법이 맞는지, 법적으로 가능한 리필회수가 입력됐는지, 나중에 보험회사와 환급금 문제가 없도록 보험급여 일수가 제대로 계산됐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의사명, 연락처 및 DEA번호다. 이 부분은 만약 잘못 입력되더라도 소송에 걸릴 우려가 가장 낮기 때문에 간단히 확인한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남용하거나 의료행위가 수상한 의사명 옆에서는 월그린 근무 약사들이 남겨놓은 메모가 있어 필요시 의사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세부분의 리뷰 끝나면 DUR창이 뜰 수 있다. 주요 DUR 문제는 아래와같다.
* 약물앨러지 (페니실린-세팔로스포린 교차 내성, 설파제-이뇨제 교차내성 등 포함)
* 치명적 부작용(출혈, 심박동, 세로토닌 신드롬, 고칼륨혈증, 저혈당, 근육독성 등) 빈도를 높일 수 있는 약물상호작용
* 동일 계열 약물의 중복처방
* 연령 및 임신 금기
* 너무 이른 리필 (약물 남용)
* 너무 늦은 리필 (의사의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
예를 들어 페니실린(penicillin) 앨러지가 있는데 세팔렉신(cephalexin)이 처방되었다고 하자. 페니실린과 세팔로스포린 사이의 교차내성 (cross- sensitivity)은 실제 임상적 발생빈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 이전에 페니실린 앨러지로 호흡곤란이 발생하지 않은 이상 환자에게 발생가능성 및 발생 후 해야할 일에 대해 상담하도록 캡 (CAP)을 건다. 일단 캡을 걸고 약을 만들에 놓으면 테크니션이 환자에게 약을 팔기 위해 처방약 리플렛을 스캔할 때 약사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메세지가 뜨면서 캐시 레지스터에 거래가 중단되기 때문에 약사가 캡을 제거하지 전까지는 테크니션이 약을 팔 수 없다.
약물상호작용 및 중복처방DUR은 환자의 처방기록과 처방한 의료기관이나 의사정보, 환자에게 얻은 정보에 근거해 그냥 내보낼 것인지, 의사에게 연락할 것인지, 환자에게 상담만으로 끝낼 것인지 결정한다. 신참약사나 플로터가 오면 환자의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는 환자 프로파일을 읽어낼 수 없어 DUR을 적합하게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이들은 DUR을 처리 못하고 예외 처방으로 분류하여 무조건 미뤄놓기 때문에 나중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동일 계열약의 중복처방이나 너무 이른 리필의 경우 당연히 보험회사에서 급여를 즉각 거부하기 때문에 약사의 입장에서는별 달리 DUR을 할 필요가 없다. 마약성, 향정신성 약물 남용자의 경우 의사가 처방한 빈도보다 자주 약물을 복용하기 때문에 대개 너무 이른 리필로 보험회사의 DUR에 딱 걸린다. 이런 사실을 아는 똑똑한 약물남용자들은 여러 약국 체인을 돌아다니면서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현금으로 약값을 지불하여 DUR을 요리조리 피해간다. 동일계열약의 중복처방은 환자가 의사를 바꾼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외래 환자와 입원환자는 통합적인 치료관리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입원환자는 병원에서 24시간 모니터되면서 임상결과, 질환진행상태에 따라 의사가 적절한 약물를 선택하고 간호사가 그 약물을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기 때문에 병원 약사가 입원환자 처방약 프로파일을 볼 때 DUR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때가 많다. 반면 병원 밖에 방치된 외래환자는 의사를 정기적으로 본다고는 하지만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알 수 없다. 입원환자의 복약순응도가 100%라면 외래환자의 복약순응도는 천차만별이고 입원환자는 전체적으로 질환이 관리되는 반면 외래환자는 본인의 필요에 따라 병원이나 의사를 바꾸면서 이약 저약 받아갈 수 있다.
DUR 시스템, 약사의 전문적 처방전 리뷰로 외래환자의 각종 약화사고를 예방하는 큰 획이다.
* 기사출처 : 데일리팜(dreamdrug@dreamdrug.com) 2011-04-11 10:37:43